
1. 성인병에서 생활습관병으로의 전환
과거 우리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성인병'이라고 불렀다.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걸리는 병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의료계와 보건당국은 이 용어의 사용을 점차 중단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병들이 나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질환들은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흡연,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등 개인의 생활방식에 의해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인병'이라는 명칭은 마치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예방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국제 의료계는 이를 '생활습관병' 또는 '만성질환'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용어 변화를 적극 수용했다.
2. 젊은 층으로 확산되는 만성질환
용어 변경을 더욱 촉진한 것은 이러한 질환들이 더 이상 성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현실이었다. 최근 수십 년간 소아·청소년 비만이 급증하면서 10대에도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의 과다 섭취,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신체활동 감소는 어린 나이에도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20~30대 젊은 성인에서도 이러한 질환의 발병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만약 이를 여전히 '성인병'이라고 부른다면 젊은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청소년과 젊은 층이 자신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오인하여 예방과 조기 발견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연령이 아닌 생활습관이 핵심 요인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용어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3. 예방 중심 보건정책으로의 전환
'생활습관병'이라는 용어는 단순한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질병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예방 중심의 보건정책을 강화하려는 사회적 노력의 일환이다. 생활습관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와 의료기관들도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더 큰 동력을 얻었다. 결국 '성인병'이라는 용어의 퇴장은 우리가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을 숙명론에서 벗어나 능동적 건강관리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제 우리는 나이를 탓하는 대신 오늘의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내일의 건강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병원과 약을 신뢰하는대신 내가 스스로 건강을 챙기며 관심갖는 것이 필요하다.